웨딩플래너 다이어리 #3.
<웨딩플래너's 다이어리>의 신유아 웨딩플래너의 재미있고 생생한 현장 이야기입니다.
신유아의 웨딩플래너 좌충우돌 에피소드, 함께 감상해 보세요~!
Chapter 4. 사랑, 그 수천수만 가지 색깔!
30. 엄마와 시집 가는 딸
엄마와 딸 사이에는 미묘하고 복잡한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나도 딸의 입장이지만, 엄마는 늘 미안하고 애틋하면서도 가장 만만한(?) 대상이기도 한것같다.
밖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엄마에게 옴팡 풀어놓고,뒤돌아서서 후회하고
문득 늙은 엄마의 모습에 가슴이 찡해서 혼자 속상해 하면서도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때 마다 딸들은 시집을 가서도 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래서일까?
딸을 시집보내는 엄마들을 보면,두가지의 상반되는 감정이 공존하는 것 같다.
딸의 결혼식이 기쁜 반면, 안타깝고 서운하고 애틋한 그 무엇을 항상 갖고 계신다.
행여,마음에 흡족하지 않은 사위를 맞을라치면
이미 결정된 ‘결혼’앞에서 어머니들은 어린 아이처럼 이중적인 행동을 하시기도 한다.
엄마의 뜻을 받아들이지 않고, 시집을 가겠다는 딸이 미워
결혼식 준비를 대충 해주겠노라고 선언한 어머니들은 뒤돌아서서
딸 모르게 웨딩플래너에게 더 좋은 수준의 것으로 교체해달라고 하신다.
그래도 딸이니까..그래도 시집가서 잘 살아야 하니까….
대부분의 어머니와 딸은 결혼식 준비를 함께하면서,
정을 떼려는 것인지 이별 준비를 하는것인지 서로 싸움도 많이 한다.
엄마와 딸의 싸움앞에서 웨딩플래너는 대략난감 하지만,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웨딩플래너는 이때 기지를 발휘해 중재자 역할도 할 줄 알아야 한다.
사진제공: 삼청각
기억에 남는 어머니와 딸이 있다.
처음 미팅때부터 신랑님이 해외에 계신관계로 어머님과 신부님이 찾아오셨다.
어머님은 세련되시고, 보는 안목도 높으셨다.
요즘 젊은 사람들의 취향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보시는눈이 정확하신 분이셨다.
따님-신부님-도 취향은 어머님과 비슷하셔서 웨딩상품을 선택하는데엔, 두분의 의견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미팅분위기가 뭔가 매끄럽지 않았다.
나를 찾아오기전 이미 두분은 싸움을 하신 상태였고,
어머님은 딸의 남편감 선택이 만족스럽지 않으신 눈치였던 거다.
그래서,예식홀 선택부터 어머님은 불만족스러우신 상태였고,
신부님은 그런 어머니가 마음에 안들어 서로 힘든 신경전을 하고 계셨다.
그러나 어머님이 따님에 대한 기대가 크셨고, 어느 부모든 자식에게 최선의 사랑을 쏟겠지만,
특히나 딸에게 최고의 사랑을 주셨다고 생각하신 어머님의 서운함이란걸 나는 눈치챌수 있었다.
그래서 어머님의 속상함을 들어주는 역할을 열심히 해드렸다.
하지만 어머님도 곧 사위가 될 신랑님의 장점을 찾아내고 기분좋게 예식진행를 했다.
드레스를 곱게 입은 신부를 보자마자
어머님의 눈시울은 뜨거워지시며 감격스러워 하시던 마음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신랑신부님의 웨딩촬영에도 함께 오셔서,
따님에게 포즈를 주문하시는 어머님을 보고 참 멋진 어머님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예식준비는 매끄럽게 잘 진행되어 가고 있었다.
가끔 어머님께서 개인적인 얘기를 많이 하셨지만, 그게 싫지는 않아 맞장구를 쳐드리며
친구 역할도 해드릴 정도로 나와 어머니의 관계는 좋아졌다.
드디어 신부님의 예식일이 되었고,
신랑신부님과 양가 어머님도 함께 같은 메이크업샵에 예약이 되어 있었다.
예식시간이 이른 관계로 나도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하는데 어머님께 전화가 왔다.
“나 미용실 바꿔주세요.”
“네?? 어머니? 지금이요? 어머님. 아직 미용실 아니세요?”
이게 웬 날벼락인가!
예식이 많은 길일이어서 당장 메이크업샵을 바꾼다는건 말도안되는 얘기이며,
게다가 시간은 3시간밖에 남질 않았다
“내가 자식을 잘못 키웠어요. 딸이고, 사위고 다 보기 싫습니다.
내가 결혼식에도 안가고 싶은데 그럴수는 없지않겠습니까?
내가 미용실에서 딸이랑 사위를 보면 내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미용실 바꿔주이소!”
울먹이시는 목소리로,
’딸과 사위에게 너무 실망했다,
내가 너무 속상하다,
내가 딸을 어떻게 키웠는데 배신당한 기분이다.’등등의 말씀을 하시며
‘딸의 얼굴을 너무 보기가 싫다,
딸의 얼굴을 보면 내가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니 지금이라도 메이크업샵을 다른샵으로 바꿔달라’것이다.
정상대로라면, 어머님 전화를 받은 시각에 어머님께서는 메이크업과 헤어를 하고 계셔야만 했다.
어떻게 해서든 어머님을 잘 설득해서 빨리 메이크업을 시작해야만 했다.
우선, 신부님께 상황을 보고드렸는데 신부님의 전화는 어머님께서 받지도 않으신다는거였다.
그래서 최대한 메이크업샵에서 어머님과 마주치지 말자 말씀드리고,
메이크업샵에 전화해서 신부님과 어머님의 동선을 최대한 마주치지 않게 진행해 달라고 말씀드렸다.
○ 친정어머니의 사랑이 느껴지는 이바지 음식
다시 어머님께 전화를 드렸다.
“어머님.일단 시간이 많이 늦었구요.
오늘은 예식이 많은 길일이라 다른 샵에도 여유가 없다고 하네요.
제가 샵에 따님과 사위분과 마주치지 않게끔 해달라고 말씀을 잘 드려놓았어요.
그리고 제가 끝날때까지 어머님 옆에서 있을께요.그러니 빨리 준비하셔서 샵으로 오세요.”
다른 샵으로 옮길수 없는 상황을 설명드리고 겨우겨우 설득해서
예정된 출발시간 한시간을 남겨두고 어머님은 메이크업을 시작하셨다.
(보통 헤어와 메이크업을하고 한복까지 입으시고 예식홀로 출발하는데 3시간정도 걸린다)
마무리가된 신랑신부님을 먼저 예식홀로 가시게 하고,
난 옆에서 어머님의 서운했던 마음을 들어드리는 역할을 했다.
물론 어머님의 성향이 보통의 어머님들과는 다른 부분이 있으셨지만,
정성을 쏟아 키운 딸에 대한 서운함과 남편만을 챙기는 딸의 모습에서
본인이 뒷전으로 물러난듯한 상황에 강한 배신감을 느끼셨던 것 같다.
더구나 결혼하자마자 남편을 따라 외국으로 떠나야하는 딸이었기 때문에 그 화가 더욱 크셨던 것 같다.
어머님께서는 화를 내시다가 , 눈물을 흘리시다가를 반복하시며 예식홀을 가지 않겠다고 하시는 것 아닌가.
방법은 없다.
어머님의 속상한 마음을 들어드리고,맞장구 쳐드리는 수밖에.
끝까지 예식홀을 가지 않겠다는 어머니를 메이크업실 스탭들과 함께 속상한 얘기도 들어드리고
맞장구도 쳐드리며 겨우겨우 마무리 하고 함께 예식홀로 출발했다.
예식홀에 혼주가 도착해야 하는 시간보단 조금 늦었지만
별탈 없이 예식은 마무리되었다.
입장전 신부대기실에서 내 손을 꼭 잡고 눈물을 글썽이며,
고마워 하시던 신부님이나 딸에 대한 서운함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하소연을 하시는 어머님이나
모두 너무 사랑이 큰탓 이라는 생각을 했다.
품고 있는 사랑이 너무 큰데 그것을 보여주는 것이 서투르고,
보여주는 방법과 타이밍을 놓친 모녀관계를 보며 모든 시집가는 모녀간의 감정에는
저런 모습들이 숨어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예식이 끝나고...
신부님께 ‘웨딩플래너님 덕분에 어머님께서 식장에 오셨다며 너무나 감사하다’는 전화를 받았다.
저도 잘 끝나 다행이라 말씀드리고, ‘어머님께서 많이 속상해 하시니 마음 풀어드리라’고 말씀드렸다.
내 입장에서 그런 말씀 드린다는 것이 선을 넘을수도 있는것이나 두분 모녀관계가 너무 안타까웠다.
신부님 또한 나름대로 어머니로 인해 마음고생을 하셨기 때문에
그런 말씀을 드리는 것이 조심스러웠다.
하지만,어머님이 예식 끝나면, 딸과 본인의 관계도 끝이라고
계속 말씀 하셨던 것이 못내 맘에 걸려서 이기도 했다.
물론 화가 나셔서 그렇긴 하지만 결혼식날 두사람은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것이다.
새벽부터 너무나 당황스러운 상황에 마음을 졸이며, 예식을 마치고 예식홀을 나온 나는 순간
내몸에 남은 모든 에너지가 빠져나가 두발로 걸어가기도 힘들었지만,
그래도 한편 몰려드는 뿌듯함으로 빠져나간 에너지를 채울 수 있었다.
예식 끝나고 2~3일 후 어머님과 통화를 했는데 어머님 목소리는 한결 가벼워졌지만,
따님에 대한 서운함이 깨끗하게 가시지 않은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 또한 딸에 대한 사랑이고, 사랑에 대한 표현 이라 생각한다.
약간은 도가 넘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 ‘도’를 누가 어떻게 얼만큼이라고 정의할수 있겠나? 라는 생각을 하며 그 생각을 얼른 접었다.
중년의 여자에게 꼭 필요한것중의 하나가 ‘딸’이라고 한다.
모녀간의 특별함 때문에 서로가 더 상처를 받을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따님들- 엄마에게 잘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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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플래너's 다이어리 - 신유아 지음/새론북스웨딩플래너로서 겪은 에피소드와 직업에 대한 소개, 고객들과의 해프닝에 대해 쓴 에세이. '웨딩플래너'라는 직업이 자리잡기 전에 들어와 겪은 에피소드, 예식 준비에 일어난 사건사고들, 웨딩플래너의 자세, 다양한 예식공간과 예식스타일 소개 등 결혼식에 필요한 요소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여 많은 도움이 된다. 또한 폐백, 이바지, 함, 허니문 여행지, 짐 꾸리기, 여행사 선택, 교회 예식 팁 등 신랑 신부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에 대해짚어주어 실제 결혼식을 준비하는데에도 실용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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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딩플래너 생생후기 #2] 결혼식날엔 싸우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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